요즘 뉴스에서 ADHD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의 심사결정자료를 이용해 20세 이하의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ADHD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ADHD 진료인원은 2007년 4만8,000명에서 2011년 5만7,000명으로 5년간 약 9,000명이 증가(18.4%)했다. ADHD 진료인원은 남성이 매년 약 80.7~80.9%, 여성이 약 19.1~19.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여성에 비해 남성이 약 4.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ADHD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 10명 중 8명이 남성인 셈이다.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를 어떻게 봐야 하는 가
그럼 ADHD(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무엇인가.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들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아동기 내내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이 지속되고, 일부의 경우 청소년기와 성인기가 되어서도 증상이 남게 된다. 말 그대로 주의력이 결핍되어 있고, 과잉행동이 문제가 되는 증상이며 이는 양육자에게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3학년 아동이 처음으로 ADHD진단을 받고 상담을 받으러 어머니와 함께 왔다. 아동을 관찰하는 동안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 저것 봐요, 저렇게 제 말을 안 듣는 다니까요, 일부러 저러는 거예요, 제 속 뒤집어지라고, 또 저런다, 아휴~ 한숨만 나와요, 정말 어떻게 해야 될 줄을 모르겠어요.”
아동의 어머니는 ADHD에 대한 두려움만 있을 뿐 어떻게 대처하고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진단받기 전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남자아이들은 과잉행동으로 문제가 되어 학교와 가정에서 비난을 많이 받게 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ADHD로 진단하여 무조건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ADHD가 많이 알려진 만큼 남자아이들의 산만한 행동에 대해 너무 쉽게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 ADHD진단의 아동, 가정 내의 행동유형 파악이 우선
아동이 ADHD진단을 받았다면 이를 일단 문제로 인식하고 가정 내에서 아동의 행동유형을 살펴야 한다. 산만하고 불안한 행동의 원인이 가정 안에서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떤 상황에서 산만한 행동이 더 많이 일어나는지, 감정적으로 공감은 잘 되는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중력은 어느 정도인지, 가족 중 정신과적 병력은 어떻게 되는지를 살피고 탐색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 비해 활동에너지가 많으며 4세 이후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이때 아동의 산만한 행동을 양육자가 힘들어하며 비난하고 억압하게 되면 아동은 분노가 내재되게 되고 억압이 없는 다른 환경에서 더 과잉으로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풍선효과라고 할 수 있다. 공기가 들어간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더 부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인 것이다.
남자 아동의 이러한 산만한 행동은 본능적인 것으로 활동에너지를 소비시켜주면 집중력도 좋아지고 소통도 안정되게 하는 모습을 보인다. 본능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어떻게 누르란 말인가?이는 또 어머니의 안정되고 싶은 욕구, 쉬고 싶은 욕구와 맞물리거나 동생이 태어나 양육 스트레스에 있을 때 더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아이들의 발달단계나 성향 등에 대한 탐색 없이 일방적인 양육만 할 경우 남자 아이들은 어쩔 줄을 모르게 되고 이는 또 더 과잉된 산만함, 부산함,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 가정환경이 가장 큰 발병요인 중 하나, 뇌의 문제보다 억압이 문제
가정환경을 보면, 재혼가정으로서 누나와 형은 대학생과 고등학생이며 전처의 자녀이고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이 친자이다. 아버지는 취미활동이 다양하고 깔끔한 성격이며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성장한 두 자녀로 인해 가정의 가구나 물건들이 어지럽혀질 염려는 없는 상황에서 재혼하고 어린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아기가 크면서 여기저기 어지르고 깨뜨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버지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어 아동에게 잔소리가 심한 편이고 비난을 많이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심리치료실에서도 아버지는 아동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계속 행동을 억압하고 가르치는 모습을 보였으며 아동은 아버지에게 불만을 가지며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항적인 태도가 보이면 아버지는 또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대하게 되고 부자간의 갈등은 악순환이 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찌 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심성이 고와서 전처의 자녀들과 남편에게도 친절하게 잘하며, 친자녀도 사랑받기를 바라는 데 비난받고 있으니 답답하고 안타까워하며 슬퍼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동의 행동에 대해 변호하게 되고 불만을 표현하고 그러면서 부부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동의 ADHD를 이해하기보다 갈등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동의 문제행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아동이 있는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아동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랑하는 마음은 있음에도 아동의 심리와 불안감, 애정결핍과 인정에 대한 욕구에 공감하지 않는 부모. 일단 아동은 ADHD가 분명하나 뇌의 문제라기보다는 성장과정에서 일어난 감정억압 및 행동억압과 소통의 부재라고 진단하고 부모의 양육과 교육 일관화를 권유했다.
* ADHD를 이길 수 있는 힘은 부모의 합일된 의견과 가족 간의 이해와 배려, 소통이다
아버지가 훈계를 하고 있을 때 어머니가 아동을 보호하여 남편에게 불평하기보다는 아동에게 사과를 하게 하는 등 부부가 같이 문제임을 인식시키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문제행동의 혼란을 차단하고 부모의 합일된 의견과 양육이 아동에게 인지되어야 한다고 전하였다.
또한 아동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하여서는 아버지가 아동의 발달단계를 인지하고 조금 배려해야한다고 전하고 활동에너지의 소비를 촉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운동을 권유하는 한편, 부모의 지시에 따랐을 때 구체적으로 칭찬을 하여 강화하는 방법을 쓰자고 하였다.
아동에게 ADHD가 진단된다는 것은 가족 모두에게 괴로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 간에 이해와 배려,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ADHD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어머니가 처음 했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이다. 가족이 함께 아동의 과잉행동, 문제행동에 대해 적절히 대처함으로써 3개월이 지난 지금 아동은 소통이 되고 있으며 집중력도 향상되었다. 치료사의 눈에는 향상된 것이 확연히 보임에도 부모의 눈에는 줄어든 문제행동이 양에 안차는 지 아직도 부정적으로 상담을 해오고는 있지만 부모의 작은 변화와 노력을 지지하고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자녀는 그냥 성장하지 않는다. 부모가 바라는 대로 성장해주는 로봇이 아니다. 타고난 성향이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이 있고 안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이러한 욕구들은 부모의 욕구에 맞지 않더라도 자녀의 욕구와 윤리도덕성에 맞추어 사랑해주고 교육시켜야한다. 일개 나무도 거름이 필요하고 가지치기가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하다. 부모의 이러한 노력은 지금이 아니고 10년 후 혹은 20년 후 자녀의 행복한 인생으로 보상받으며 또 그 후손에게도 부모의 노력과 사랑이 유전처럼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