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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낙도(淸貧樂道)의 삶

섭씨 70도에서 특유의 향과 성분이 잘 우러나온다고 하는 녹차. 그리고 적당량의 카페인과 은은한 향이 다소 경직된 마음을 바로 잡아주는 커피 한잔. 이처럼 일과시작전 직원들과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는 모든 근심과 시름을 내려놓고 새롭게 출발하는 에너지 충전의 활력소가 되곤 한다. 인간이 가장 올바르게 행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는 인간 본연의 자세를 이처럼 차를 마시면서도 배울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다도(茶道) 라 할 수 있다. 첫째는 물로서 물에 의해 차 맛이 아주 달라진다는 점이다. 목민심서에 따르면 가장 좋은 것은 산골짜기에서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다. 다음이 석간수, 즉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이며 그 다음이 우물물이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물의 온도이다. 중도를 벗어나면 안된다. 지나치게 끓여도 차 맛을 버리며 덜 끓이면 맹탕이 되곤 한다. 셋째는 예의범절이다. 마시는 행위와 차의 역사를 아는 것, 차를 대하는 정신 등이 복합적으로 일치가 돼 다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강진 유배지에서 다산 정약용이 기거하던 방 사의재(四宜齋), 이곳에서도 다산 선생은 다도를 몸소 체험하고 제자들에게까지 전파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사의재란 사모언동(思貌言動) 이라 하여 생각을 맑게 하되 맑지 않으면 더욱 맑게 하고 용모를 단정히 하되 단정치 않으면 더욱 정숙하게 하고 말은 요점만 말하되 요점이 전달되지 않으면 더욱 말을 줄이고 행동은 무겁게 하되 무겁지 못하면 더욱 중후하게 하라는 뜻으로 다산 스스로 몸가짐이나 행동을 조심하겠다는 다짐을 나타낸 글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학문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그 진가가 나타나는 법. 그 당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탐욕에 눈이 어두워 있는 벼슬아치들이 다산 선생 학문의 가치를 알아줄 리는 만무했을 것이다.

청렴한 공직윤리관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 요즈음 다산 정약용의 치밀하고 천재적이 혜안(慧眼) 이 번득이는 명저(名著)들 가운데 일표이서(一表二書) 즉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심서 중에서도 지방수령인 목민관이 부임할 때부터 지켜야 할 일과 재직 시에 지켜야 할 일, 그리고 해임되어 돌아올 때 올바르게 처신하는 방법 등을 조목조목 적어놓은 책 목민심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다산이 해배(解配)되기 직전인 지난 1818년 봄에 완성한 책으로 과거 지방관리들의 사적을 수록해 치민의 도리를 역설한 명저였다.

목민심서는 그 첫머리에서 목민관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논하고 그것이 목민관(牧民官)의 첫째 덕목임을 밝히고 있다. 청렴이란 목자의 본무요 갖가지 선행의 원칙이요 모든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목자가 될 수는 절대로 없다. 청렴이야말로 다시없는 큰 장사인 것이다. 큰 욕심쟁이 일수록 반드시 청렴한 것이니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까닭은 그의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지혜가 깊은 선비로서 청렴을 교훈 삼고 탐욕을 경계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뇌물을 주고받되 뉘라서 비밀리 아니 하랴마는 한밤중의 거래도 아침이면 벌써 드러나는 법이다.

또한, 나라에서 청렴한 관리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그가 지나치는 곳에서는 산림천석이라도 모조리 맑은 빛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청백하면서 치밀하지 못하거나 재물을 쓰고도 결실을 보지 못하는 따위의 것은 칭찬거리가 못된다. 관청에서 사들이는 물건 값이 너무 싼 것은 시가대로 주는 것이 좋고 잘못된 관례는 기필코 뜯어 고치되 혹시 고치지 못하더라도 나만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청백한 명성이 사방에 퍼지고 선정하는 풍문이 날로 드러난다면 인생의 지극한 영광이 될 것이다. 이 48권의 명저를 초고를 거쳐 유배지에서 완성한 것에 대해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앎을 실천에 옮기는 일, 그리고 공직생활에서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소나 코끼리는 천적이 없는 곳에 살지만 결국 죽임을 당하곤 하는데 그것은 미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청렴하기 위해서는 용기보다는 신념이 더 중요함을 다산 선생은 강조했다. 목민심서라는 명저를 통해‘이래서는 안 된다.’,‘이렇게 하는 것이 목민관의 도리이다.’라는 신념이 생기니 저절로 용기가 솟아오른다.



오산소방서장 홍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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