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프로젝트 그룹의 에피톤프로젝트의 차세정
싱어송라이터 차세정(30)의 1인 프로젝트 그룹‘에피톤프로젝트’는 감성의 동의어다.‘선인장’,‘이화동’,‘새벽녘’ 등 서정성이 극대화된 곡들로 인해‘아련한 정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즉 감성·서정·정서가 그의 스타일이 된 셈이다. 에피톤프로젝트를 설명하는데 이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 역시‘자기복제’에 대한 경계와 고민으로 인해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타이틀곡‘되돌리다’등 앨범 전곡 프로듀싱을 맡은 이승기의 5.5집을 비롯해 김완선, 2AM, 슬옹, 이석훈, 백아연과 작업은 자신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가 됐다. 드라마‘주군의 태양’에 삽인된 홍대광의‘너와 나’를 통해 처음으로 OST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여러 작업을 하면서도 똑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그의 성격 때문에 새 앨범 발매가 더 늦어졌다. 정규 앨범으로는 2년3개월만이다.
정규 3집엔 그래서 에피톤프로젝트가 숱한 밤을 고민한 흔적이 묻어난다. 앨범 제목도‘각자의 밤’이다. 앨범 제목과 동명의 첫 트랙‘각자의 밤’은 어느 곳이든 각자가 서 있는‘밤’이라는 시간에 대한 상념을 담은 곡이다. 이탈이아 내 도시 이름인‘친퀘테레’는‘이화동’을 잇는 두 번째 지명 삽입곡이다.
상실과 부재에 대한‘낮잠’, 적막한 밤의 음울함이 배인 연주곡‘불안’, 지난해 장기 소극장 공연‘시월의 주말’이후 작업한 동명의 곡, 깊은 밤 죽음을 떠올리며 만든‘유서’, 에피톤프로젝트다운 곡으로 지난 앨범들과 징검다리 역을 하는‘나의 밤’등 총 12트랙이 실렸다. 이전 앨범이 하나의 주제로 꿸 수 있는 장편 소설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하나의 주제로 다른 이야기를 변주한 옴니버스식 단편소설집이다.
앨범 발매 전날 합정동 파스텔뮤직에서 만난 에피톤프로젝트는“이전보다 새롭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건반 치는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길(코드나 스타일)이 있는데 새로운 길을 찾으려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 정규 2집에서‘다음날 아침’(with 한희정)을 제외하고 모든 보컬 곡에 자신의 목소리를 채워넣은 그는 정규 1집처럼 객원보컬 체제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1집에서 루시아(심규선)라는 보컬을 발견한 그는 이번에 오디션 끝에 손주희를 낙점했다. 그녀는 애증(愛憎)에 관한 노래로 타이틀곡인‘미움’과 동화를 연상케 하는‘회전목마’, 두 곡을 불렀다.
“2집을 끝내고 나서 제 생각에 스스로 갇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떤 곡은 전주만 들어도 에피톤프로젝트인 줄 알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제가 원하는 곡의 진행이 있고 거기에 길들여져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게 노래하기 편하고 만들기 편하니까요. 자기 복제, 좋게 이야기하면 스타일인데 이번 앨범에서는 제가 가진 스타일을 확장하고 싶었어요. 객원 보컬이 그런 통로 중 하나였죠. 제가 보컬을 맡으면 스스로 노래하기 편한 음역대로 만드는데 객원 보컬을 쓰면 저역, 고역 등 다양한 음역대로 만들고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으니까요.”
그는‘각자의 밤’으로 자신의 그릇을 비웠다고 했다.“이제 더 신선하고 새로운 것으로 채워넣겠다”는 다짐이다.“이번 앨범을 터닝포인트로 규정짓고 싶지는 않아요. 몇몇 트랙으로 제가 달라졌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제 안에 있던 걸 한 거예요. 또 다른 그릇을 만들기보다는 계속 제 그릇을 확장시켜 나가고 싶어요.”
한편, 에피톤프로젝트는‘각자의 밤’발표를 기념해 오는 27~28일 오후 7시 부산 센텀시티 소향시어터 롯데카드홀, 10월3~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88호수 수변무대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번 앨범에는 또 온라인상으로 공개되지 않는 타이틀곡‘미움’의 차세정 보컬 버전이 보너스로 수록된다. 이와 함께 동시에 LP 2장으로도 발매한다.
김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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