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2015 S/S 피날레모습 (사진=패션엔)
샤넬의 2015 S/S 컬렉션이 9월의 30일, 그랑팔레에 가상으로 만든 ‘샤넬대로(Boulevard Chanel)’ 세트장에서 열렸다. 이 날 모델들은 피날레에서 메가폰과 여성 해방 플랜카드를 들고 정치적인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이는 ‘쇼’의 컨셉에 불과했기에 시위 내용은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패션쇼 시작 24시간 전에 ‘여성 해방 시위’라는 컨셉을 구상했다. 그는 “나는 내가 잘 적응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시위를 만든 것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엄마는 페미니스트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역사와 함께 자랐다.”고 말했다.
▲ 샤넬 2015 S/S 컬렉션의 시작을 연 수트룩. (사진=스타일닷컴)
칼 라거펠트가 ‘페미니즘 시위대’를 패션쇼와 결합하기까지에는 그의 어머니 뿐 아니라 코코 샤넬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코코 샤넬은 페미니즘 패션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역사적 인물이다. 예를 들어 코르셋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고 남성적인 라인을 강조한 수트를 디자인하는 등 고전적인 성 관념에 과감히 도전하는 패션 선구자였다.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코코 샤넬의 정신이 여지껏 남아 있는 데에는 수장 칼 라거펠트의 힘이 크다. 2015 S/S 컬렉션은 60, 70년대를 연상시키는 무드가 서로 교차하는 ‘프리티 걸 룩’으로 채워졌다.
코트 안감부터 부츠까지 물들은 음영 수채화의 얼룩과 차분한 테이비 테일러링, 화이트 솔기 아웃라인, 아르데코 오간자, 체인 메일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몇몇 모델들이 썼던 안경은 1970년대의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쓴 것과 무척 닮았고, 꾸미지 않은 듯한 롱 스트레이트 헤어스타일은 70년대를 연상시켰다.
한편 칼 라거펠트는 “나는 왜 모든 인간이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1968년 5월, 당시 파리에는 생전 느끼지 못했던 자유의 공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모든 것이 금지되었다. 정치적 정확성은 모든 것을 죽였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인간존엄에 평등에 대한 고찰과 동시에 눌려있던 자유의 공기를 맛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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