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개관하는 국립한글박물관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타자기로 알려진 '송기주 4벌식 한글타자기'를 기증받았다.
8일 박물관 측에 따르면 송기주 박사의 아들인 송병훈 씨가 보존해온 이 타자기는 송병훈 씨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아들인 송세영 씨가 기증했다.
송기주 박사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주립 대학과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했다. 한국 지도를 최초로 서구식 입체본으로 떠내기도 했다. 송기주 한글타자기는 미국 유학 시절 발명한 것으로 1933년 언더우드 타자기 회사에서 제작, 판매됐다.
박물관 측은 "이 타자기는 모음의 위치(가로 모음(ㅏ)·세로 모음(ㅗ)·중간 모음(ㅢ))에 따라 각각 다른 3벌의 자음 글쇠와 1벌의 모음 글쇠로 이뤄져 글씨 모양이 고르고 아름답다. 또 글쇠의 동작이 자음은 부동, 모음은 전진식이어서 스페이스바와 시프트키의 사용빈도가 높다는 특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기주 한글타자기는 김준성 타자기(1945), 공병우 타자기(1950) 등 이후 한글타자기가 발전하는 데 영감을 제시한 효시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세영 씨는 "6·25 당시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선 불행하게도 북으로 끌려가던 중에 아버지께선 탈출했으나 할아버지는 그러지 못했다. 이때 할아버지와 헤어진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할아버지가 남긴 이 타자기를 꺼내보며 그리워했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이 타자기를 온전하게 보존하고 그 의미를 모두 함께 느낄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기주 타자기는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 ‘한글이 걸어온 길’ 중반부에서 한글 기계화의 대표 유물로 전시될 예정이다.
조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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