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이권희기자의 귀농이야기]
귀농 70일째다.
이런저런 이유를 뒤로하고 지인의 권유로 내려오게 된 금산군 진산면 읍내리
농촌주택개량사업자의 혜택을 통해 새롭게 건축도 하고 대출 관계도 거의 마무리 되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중에서 참으로 우여곡절 많이 있었으나 이제 보금자리에 대한 일이 일단락되어 간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기도 하다.
지인이 있다고는 하나 낯 설은 곳에서 그것도 내가 꺼리는 금융기관에서 사람 냄새를 느꼈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낯설게만 대하시는 어르신들을 먼저 찾아 인사드리며 관계성을 회복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내가 노력하지도 않았는데도 오랜만에 사람 냄새를 느낀 것이다.
일반 소시민이면 누구나 느꼈을 금융의 어려운 문턱을 부담 없이 넘어 보던 것이 언제였던가?
직업이 기자라고는 하나 금융에 대해서는 그리 밝지 못한 편이라 늘 낯설게 느껴졌던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에 농촌주택개량사업을 통해 일을 처리하면서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로운 일이나 익숙하지 않은 일 처리를 할 때면 뭔가 어색하고 쭈뼛하기 마련이다.
일함에 있어서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관계자들은 늘 비슷한 일을 연속으로 하다 보니 사람을 대할 때나 일을 처리할 때 인위적 친절함으로 대할 때가 많고 그런 경우를 자주 경험해왔었다.
처음 대출로 금융기관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처음 접하는 일이라 어색하고 낯설고 어설프기 마련이고 왠지 모를 위축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접했던 농협 담당자는 담당자가 출근하지 못해서 대신 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방문한 고객이 낯설어 하거나 어색하지않게 상담과 친절한 응대를 해주었다. 오히려 그것이 나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관계를 맺고 산다.
때로는 갑의 위치에서 때로는 을의 위치에서 하지만 사람 관계에서 항상 갑과 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어쩌면 갑과 을이란 단어는 사람의 관계에선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관계는 서로 간의 관계에서 주고받는 소통과 융합의 관계인 것을 세상은 갑과 을의 관계성이 무너질 때 사회적인 시스템과 질서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는 거로 종종 오해한다.
이제는 서로 간 관계성에서 갑과 을이라고 표현되는 부정적 의미가 아닌, 상생의 묘미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 도움이 필요할 때면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또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겐 떳떳하게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코로나 19로 인해 서로 단절되고 끊어진 관계성을 이제는 회복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의 거리 두기로 귀결된다거나 집단적인 관계성만 강조되고 다른 집단 간의 관계성에 대한 소통이 결여 된다면 코로나 19를 통한 사회적 통합과 융합이 아닌 분열로 치달을 수 있음을 우리는 자각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를 기회로 만나기 불편한 사람과의 단절이 자연스러워지고 자기가 싫으면 무조건 회피하는 형태로 우리의 삶의 패턴이 바뀌어 버린다면 불편함 가운데서 얻어지는 소통과 융합의 아름다운 상생의 관계는 요원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19가 끝나는 시점에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그 깊은 고민을 내가 평생 살기로 작정한 이곳 진산면 읍내리 한 농협에서 발견하고 이 밤도 깊은 기도의 시간을 가져본다.
어느 누가 되었던 자기 홀로 존재할 수 없음을... 서로 간에 얽히고 설키면서 그 속에 희로애락을 함께 공유하며 사는 인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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