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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박 대통령 수첩 보면서 “문체부 국·과장 나쁜 사람이라더라”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 부부와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보도와 관련해, 지금껏 베일에 가려 있던 박 대통령과 정씨 부부의 관계를 보여주는 좀더 구체적인 증언들이 나왔다.

지난해 9월 이례적으로 단행된 문체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 경질 과정을 취재한 결과, 박 대통령은 그해 8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부른 자리에서 ‘수첩을 꺼내’ 문체부 노아무개 국장과 진아무개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름을 거론한 두 문체부 공무원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박 대통령은 두 공무원을 지목한 구체적인 이유나, 누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인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판단하게 됐는지 등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이날 “국·과장의 인사는 장관 고유의 권한”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일개 부처 공무원의 이름을 불러가며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면, 이는 인사권을 가진 주무 장관에게 사실상 경질 또는 좌천 인사를 지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언급 직후 문체부는 ‘돌출 인사’에 대한 잡음을 우려해 처음에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과 상의하고, 한두 달 뒤 정기인사 때 해당 국장과 과장을 자연스럽게 교체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불과 이틀 뒤 두 공무원에 대한 인사조처가 어떻게 됐는지를 재차 확인했고, 이에 따라 문체부는 얼마 뒤 노 국장과 진 과장을 산하기관 등으로 내보내는 인사를 단행했다.

대통령 지시가 이뤄졌던 당시는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청와대 ‘하명’으로 승마협회에 대해 과거 전례가 없었던 조사를 진행하고 관련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직후였다고 한다. 승마계에서는 승마 선수인 정윤회씨 부부 딸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 등을 둘러싸고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등 정씨 부부가 청와대와 문체부 등을 통해 승마협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던 때였다. 익명을 요구한 문체부 관계자는 “조사 보고서에서 (청와대 뜻과 다르게) 정윤회 쪽과 반대쪽 모두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보고한 게 정씨 쪽의 반발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문체부에 승마협회 조사를 지시하며 정씨 부부와 가까운 박아무개 전 협회 전무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지시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줬으나, 실제 문체부 조사 결과는 그 의도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3일 ‘박 대통령이 문체부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했다.

남상현 기자<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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