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박혁진 기자]반면 새 가이드라인은 자위대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을 '평소, 잠재적으로 일본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 일본과 가까운 나라(한국)가 공격받은 상황, 일본이 공격당한 상황'과 '일본에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상황' 등 5단계로 나눴다. 이에 따라 자위대의 활동 반경은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확대됐다. 과거에는 일본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이 적국에 봉쇄돼도 일본 자위대가 기뢰 제거 작업을 벌일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일은 협력한다'는 원칙 아래 사이버·우주까지 양국 안보 협력 영역이 확대됐다.
일본이 직접 공격당하지 않아도 일본과 가까운 나라(한국)가 공격당하면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상대(북한)를 공격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다.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것으로 이른바 '집단적 자위권 행사'다. 특히 이번 개정에 따라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출동이 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에 '제3국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fully respect)'이라는 표현이 포함됐는데 이는 일본이 한국의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16~17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자 안보 토의(DTT)에서도 3국은 공동 언론 보도문에서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이 "제3국의 주권 존중을 포함한 국제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하며 일본 언론들도 까다로운 전제 조건이 붙는다고 밝혔다. 단 일본은 북한에서 미국을 향해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에서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의 SM-3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다.
새 가이드라인에는 중국을 부쩍 긴장시키고 있는 '도서 방위' 규정도 포함됐다. 중·일 간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겨냥한 조치다. 일본의 섬이 공격받았을 때 자위대가 적의 육상 공격을 저지하고 미군이 이를 지원·보완하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을 분명히 했다. 아사히신문은 미군이 '타격력을 사용하는 작전'을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도 들어갔다고 전했다. 새 가이드라인은 또 자위대의 활동 영역을 강화했다. 일 자위대가 미군에 탄약을 보급하고 미군 전투기에 공중 급유를 할 수도 있다.
새 가이드라인은 미·일 양국의 숙원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재정난으로 국방비 삭감 압력을 받고 있는 미국으로선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은 센카쿠열도 방위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이 개입한다는 점을 군사 대국 중국에 분명히 보여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본 사회 내에선 '이러다가 미국의 군사행동에 한도 끝도 없이 휘말려 들어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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