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거치면서 회의 자체의 분위기나 열기도 이전만 못하다는 얘기들도 들린다. 집권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로서 규제개혁 전반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참석자 중 한 교수는 “국무총리도 공석인데 경제부총리까지 자리에 없어 (회의) 분위기가 좀 맥이 빠진 느낌이 들었다”며 “대통령을 보좌할 사람이 너무한 것 아니냐. 출마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집권 3년차라는 시점에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질적인 규제 개선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회의 내용도 앞서 두 차례보다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린벨트 규제 해제나 외국인 투자 개선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숫자 위주의 자평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반면 지난 1월 신년 구상 회견에서 강조한 수도권 규제 완화 내용은 회의에서 빠졌다. 박 대통령은 당시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서 수도권 규제를 올해는 해결하겠다”며 수도권 규제완화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안건으로 채택조차 되지 못했다. 수도권공장총량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방과 수도권 국회의원들과 이해단체 사이의 의견 충돌로 아직 제대로 된 논의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앞서 두 차례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건의된 77건의 현장건의 과제중 76건(98.7%)이 개선됐으며 ‘손톱 밑 가시’ 규제 288건중 286건(99.3%)이 해결됐고, 규제기요틴 114건중 103건(90.3%)이 마무리됐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규제정보포털의 접속자 수도 5배나 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규제정보 포털에 따르면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시작된 지 1년을 맞은 지난 3월 현재 등록규제는 총 1만4000여건이다. 1년 전에 비해 3% 주는 데 그쳤다. 정부는 애초 지난해 말까지 경제규제 10% 감축을 목표로 했었다.
그런가 하면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도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에서 전체 42%가 규제 개혁의 성과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밝혔고, 긍정적 평가는 15%선에 그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들어 5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규제개혁 인식 조사에서는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긍정적인 의견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규제개혁 성과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조사대상 기업의 7.8%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에 파급력이 큰 핵심분야의 규제 개선이 부진한 것이 영향을 준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대기업 규제 다음으로 노동, 금융 관련 규제 혁파를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관광서비스 분야 등과 관련된 법안들(관광진흥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상당수 경제활성화 법안은 2년이 되도록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규제 완화의 체감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도 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이를 두고 “정말 안타깝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비용총량제’에 대한 비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 등으로 적절한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완화를 하면 경제가 금방이라도 되살아 날 듯이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청와대 한 관계자는 “규제 완화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앞으로는 현장 체감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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