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월간, 한국뉴스신문) 이성용 기자 |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할 때의 나이가 48세였습니다. 그 나이라면 한창 왕성한 의욕으로 일하여야 할 나이임에도 몸이 시들대로 시들었습니다. 당뇨병 탓이었습니다. 당뇨병을 그 시절에는 조갈병이라 불렀습니다. 당뇨병이 심하여지면 목이 말라져 물을 계속 찾게 되기에 병명을 그렇게 붙인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께서는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각기병이 심하여져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창질로 몸을 돌아눕기가 힘들었으며 눈병이 심하였습니다.신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누군지 알 정도로 악화되었습니다.그래서 그렇게 훌륭한 왕이 50대에 타계하였습니다. 세종대왕 시절에 조갈병에 대한 처방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 시절에 편집된 의약서 중에 '향약집성방'이란 의학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자신을 보필하는 의사들도 몰랐습니다. 아니 알았는데 실천하지 못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갈병, 당뇨병은 열심히 걸어야 한다는 처방입니다. 당뇨병은 하루 1만보(一萬步) 이상을 날마다 걸으면 극복되는 병입니다.
그러나 걷지를 않으니 등창이 생기고 다리 힘이 약하여지고 눈이 나빠지는 합병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세종대왕을 모시는 어의 중에 한 분이 강력한 처방으로 다음과 같이 강권하였으면 세종대왕은 오래 살며 더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래 살았으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가 삼촌인 세조에게 죽임 당하는 단종의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음 같은 처방입니다. "상감님 하루 삼십 리 이상을 걸으십시오. 이것이 조갈병의 특효처방입니다. 걸으시면 각기병도 부스럼병도 눈병도 모두 사라집니다. 조갈병이 나아지면 다른 합병증들은 따라서 낫습니다." 위대한 해결책은 단순한데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종대왕께서 매일 걸었으면 나았을 병을 걷지 못하여 일찍 죽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당뇨병 환자가 수백만에 이릅니다. 그들이 걸으면 삽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삽니다. 실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 마을 김 목사 얘기입니다. 두레운동에 함께 헌신하고 있는 김 목사는 10년 전에는 당뇨병이 심하여 당수치가 550까지 올랐던 분입니다. 그러니 두 다리에 마비 증세가 오고 기력이 쇠하여 폐인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그런데 걸으면 당뇨병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당뇨병으로 이렇게 시들어 죽느니 차라리 걷다 죽자는 마음으로 걸었다 합니다. 마음가짐이 굳센 데가 있어 날마다 2만보 이상을 걸었습니다. 기운이 진하여 쓰러질 것 같고 두 다리에 마비 증세가 오듯이 굳어지는데도 걷다 죽는다는 마음으로 걷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지금은 당수치가 정상인 수치가 되어 활발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김 목사는 두레수도원에서 전철역까지 가는데 택시로 9천원이 나오는 거리인데 차를 타고 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반드시 걸어갑니다. 그렇게 걸으니 적게 걷는 날은 2만보, 많이 걷는 날은 3만보를 날마다 걷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혼자 산길을 걸으면 행복합니다. 신선한 바람이 좋고 새소리가 좋습니다. 가끔 만나는 산돼지도 반갑습니다. 산돼지도 이젠 내가 착한 사람인 줄로 눈치 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럴 때 나는 손을 흔들며 "미스터 돈씨 잘 지냅시다!!" 하고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