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월간, 한국뉴스신문) 김재욱 기자 | 한국국학진흥원은 삼일절을 맞이해 일제강점기 때 작성한 일기자료와 함께 그속에 담긴 기미년 만세운동의 기록들을 재조명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2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국학진흥 청년일자리 창출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한민국 독립운동가 저술 번역'성과를 빠른 속도로 축적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번역 성과들을 집대성해 디지털화함으로써 독립운동의 역사를 다각도에서 총체적으로 규명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류영희일기', '흑산일록' 등 일기에서 찾은 기미년 만세운동의 기록
안동의 전주류씨 함벽당종가에서 기탁한 '류영희일기'는 농포(農圃) 류영희(柳泳熙, 1890~1960)가 1909년부터 1960년까지 50여 년 동안 작성한 일기이다. 류영희는 매년 일기의 제목을 다르게 붙였는데, 1919년의 일기는 '우성록(寓省錄)'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진다. 2월부터 3월, 4월까지 서울과 평양의 만세운동 소식과 안동과 그 주변 지역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여러 경로로 전해 듣고 기록하고 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며 "우리는 독립대한의 사람이다"라고 부르짖는 모습과 혈서의 독립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 모습, 일제의 총칼에 많은 사람이 부상당하는 모습 등 당시 독립의 염원이 간절했던 우리 민족의 모습이 생생하게 녹아있다. 이와 더불어 칠곡의 인동장씨 회당고택에서 기탁한 '흑산일록'은 회당(晦堂) 장석영(張錫英, 1851~1929)이 쓴 일기로 역시 지역에서 부응했던 3·1만세운동의 기록이 비교적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안동의 풍산김씨 오미동 영감댁에서 기탁한 '조고일록'은 위암(葦庵) 김정섭(金鼎燮, 1862~1934)이 1920년부터 1934년까지 작성한 일기이다. 1919년 3월 1일로부터 1년이 지난 1920년 3월 1일(일기는 음력으로 기록해 1월 11일에 해당)의 일기에서 김정섭은 "지난 해 있었던 만세운동으로 경성(京城)의 각 관청의 경비가 삼엄하다"고 기록하며 그날을 기억했다. 오미동 출신의 독립운동가가 적지 않았던 만큼 김정섭은 일기에서 그들의 활약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독립운동가 6명의 저술 국역, 방대한 분량만으로도 독보적 성과
한국국학진흥원이 국역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독립운동가의 저술은 총 6종으로, '해창유고'(송기식), '홍와집'(이두훈), '척암집'(김도화), '대계집'(이승희), '회당집'(장석영), '해창묵'(조병국)이다. 이 가운데 현재 송기식과 김도화의 저술만 국역서를 출간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출간 대기 중이다. 이 인물들의 문집은 분량이 방대해 국역 작업에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은 본원 부설 한문교육원 출신의 청년번역가들을 투입해 '대한민국 독립운동가 저술 번역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만도의 '향산일기'와 한말 유학자들이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들도 번역 중이다.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겸 한문교육원장 배성길은 "본원 한문교육원 출신 청년번역가들이 주축이 되어 향후 일제강점기 때 작성한 일기자료들까지 함께 번역이 된다면, 당시 독립운동에 대한 지역민들의 보다 생생한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