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회사들이 구형 스마트폰에 대한 지원금을 경쟁하듯 높이고 있다.
출고가는 그대로 둔 채 지원금을 수십만원씩 올려, 출고가 88만원짜리를 ‘공짜 단말기’처럼 보이게 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케이티(KT)는 1일 ‘갤럭시노트3’에 대한 지원금을 25만원에서 88만원(월 9만9000원짜리 요금제 가입 조건)으로 올렸다. 케이티는 ‘갤럭시노트2’(출고가 84만7000원) 사용자한테도 84만7000원(월 7만7000원짜리 요금제 기준)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 역시 이날부터 갤럭시노트3 사용자에게 72만5000원(월 10만원짜리 요금제 기준)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앞서 엘지유플러스(LGU+)는 지난 24일 갤럭시노트3가 출고된 지 15개월을 넘겨 지원금 상한 제한 대상에서 벗어나자마자 선제적으로 지원금을 65만원(월 8만9000원짜리 요금제 기준)으로 올려, 이른바 ‘연말 지원금 대전’의 불을 지폈다.
이동통신사들은 “성탄절과 연말연시 특수를 맞아 재고로 갖고 있던 구형 스마트폰을 털어내는 것이다. 출고된 지 15개월이 지난 스마트폰이고, 지원금을 미리 공시해 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통 3사 모두 단말기 보조금을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 위주로 높였다. 엘지(LG)전자와 팬택 구형 스마트폰의 지원금도 올렸으나 삼성전자 것에 크게 못 미친다. 출고가는 그대로 둔 채 지원금만 높인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이에 “이통사들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에 따른 마케팅비 감소로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나는 것을 감추는 방편으로 삼성전자 호주머니를 채워준 것 아니냐”, “삼성전자가 ‘분리공시제’(제조업체와 이통사 지원금 분리 공개) 도입을 무산시켜 단통법을 절름발이로 만든 뒤,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등의 논란이 있다.
이통 3사나 삼성전자는 손해볼 것이 없다. 출고가는 그대로 둔 채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지원금을 높이는 방법으로, 이통사들은 구형 스마트폰 재고를 털어내면서 가입자들을 고가 정액요금제에 가입시키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주력 모델인 갤럭시노트의 ‘고가’ 전략에 흠집을 내지 않으면서 출고가 인하에 따른 매출 감소 부담을 덜 수 있다.
이통사들은 공식적으로는 “억측”이라고 주장한다.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재고가 있는 단말기 가운데 지원금 효과가 있을법한 것을 우선 꺼내들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엘지유플러스가 먼저 갤럭시노트3를 앞세워 보조금을 올리자 대응 차원에서 따라갔다. 이통사들은 출고가를 내리고 싶지만, 삼성전자가 거부하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