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박혁진 기자]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대치, 한국과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대치로 정체 국면에 빠져 있던 한반도 정세가 4월 들어 급격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 공조를 하루빨리 복원하려는 미국의 강한 드라이브 속에 한·일 역시 과거사와 별개로 안보 협력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와 외교청서 발표 등 새로운 변화를 가로막는 제어요인 또한 여전하다.
변화하려는 힘과 이를 막는 힘이 교차하면서 한국과 주변국들의 4월 한반도 외교전이 더없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오는 8일부터 일본·한국 순으로 진행되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계기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도했다. 3국은 16일 국방부 차관보급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워싱턴DC에서 3자 안보토의(DTT)를 갖기로 했다. 한·미 양국은 이와 별도로 14일부터 이틀 동안 통합국방협의체(KIDD) 협의를 갖는다.
3자 안보토의는 연례행사의 성격을 갖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3국 간 미사일방어(MD) 협력 강화와 정보공유 확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안 등이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카터 장관이 일본 방문을 통해 논의하고 이달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 방문을 통해 공식 발표할 예정인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맞춰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을 새롭게 짜게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이 사상 최초로 아베 총리에게 29일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한 것 역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미국 주도의 3국 공조 강화는 한국에는 곧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압박이다. 3국 안보협의와 별개로 한·일 양국 외교·국방 당국자들이 ‘2+2’ 형식의 안보정책협의회를 조만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것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북핵 위협 대처를 위해 조속한 한·미·일 공조 복원을 압박해 온 미국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대일 외교와 관련, 과거사와 안보협력을 분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3국 공조 강화라는 큰 흐름을 제어할 변수는 여전히 있다. 일본이 6일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7일 외교청서 발표 등 휘발성 있는 이슈들을 줄줄이 터뜨릴 것 처럼 보인다고 전해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