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박혁진 기자]일본의 영토 및 역사 도발이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한일관계는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한 중학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킨 데 이어 7일에는 같은 내용의 외교청서를 발표할 것으로 보였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군 위안부 문제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로 교묘히 바꿔 부르는 꼼수를 부렸다. 지난달 21일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양국관계 개선을 약속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다. 일본의 이런 태도로 미뤄, 오는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이나 8월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한 양국관계 진전은 현 상황에선 기대난망이다.
오히려 이달 예정된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제사)와 7~8월 예상되는 방위백서 발표 등 '도발 스케줄'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일본은 마치 '빌트인(built-in. 미리 짜놓은)'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제는 우리 측이 아무리 유화적 접근을 하려 해도 일본 측의 요지부동한 태도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과거사와 안보 및 경제문제는 분리 대응하는 투 트랙 전략과 강온 양면전술을 구사해왔지만 일본은 지난 수년간 달라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벳쇼 고로 주한일본대사는 지난해 1년 동안에만 3번이나 외교부로 불려오는 '수모'를 겪었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일본 정부의 교과서 지침 문제를 시작으로 4월(초등 교과서 독도 기술 문제)과 6월(고노 담화 검증) 초치됐고, 올해 들어서도 벌써 1회째를 기록했다.
6일 조태용 외교부 1차관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벳쇼 대사는 본국 정부에 정확히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이조차 의례적 답변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투 트랙 기조를 계속 유지하며 인내심을 갖고 일본을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역사 문제에 관한 한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지만, 6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은 수위 조절의 흔적이 역력하다. 외교부는 7일 발표될 외교청서의 경우는 지난해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나친 자극은 하지 않겠다는 눈치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도발이나 북핵 문제 한 가지만 보더라도 한일양국은 대단히 큰 안보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며 "역사나 안보 하나에 집중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둘 다 풀어나가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