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연합(월간, 한국뉴스신문) 이대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노원구 하계5단지에서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실현을 위한 3대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임대주택을 자괴감이 아닌 자부심을 느끼는 공간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선호도가 높은 임대주택 평형을 대폭 늘린다. 오 시장은 "임대주택 입주자 10명 중 7명은 60㎡ 이상 평형에 살기를 희망하지만, 실제로는 절반 이상(58.1%)이 소형 평형(전용면적 40㎡ 미만)에 살고 있다"며 "현재 서울 임대주택의 92%가 전용면적 60㎡ 미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임대주택 평형 기준을 1.5배 이상으로 넓혀 '서울형 주거면적 기준'을 개선한다. 향후 5년간 공급할 임대주택 신규물량 12만가구 중 30%를 3∼4인 가족을 위한 60㎡ 이상 평형으로 채울 계획이다.

서울 임대주택 3대 혁신방안은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을 위한 ‘품질 개선’ ▲차별·소외를 원천 차단하는 ‘완전한 소셜믹스’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단지 단계적 재정비’다. 임대주택에 대한 차별과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인테리어 등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민간 브랜드 아파트처럼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양질의 주택으로 공급한다는 취지다.
민간 분양 아파트처럼 최신 트렌드가 적용된 인테리어, 층간소음 방지공법,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과 스마트 보안 및 안전 시스템도 장착될 예정이다. 시설물 교체 주기는 창틀과 문은 30년→20년, 싱크대는 15년→10년, 도배·장판은 10년→6년으로 각각 단축한다.
민간 아파트처럼 아일랜드 주방, 무몰딩 마감, 시스템 에어컨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인테리어가 적용되고 바닥재, 벽지, 조명 같은 내장재도 고품질 제품이 사용된다. 또한, "민간 아파트와 달리 놀이터 같은 법정 시설만 최소한으로 설치됐다"며 "앞으로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등 실내 운동시설과 라운지, 펫파크(반려동물 공원), 옥상정원 등의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섞여 있는 혼합단지의 경우 차별요소를 없앨 방침이다. 동호수 공개추첨제를 전면 도입하고, 임대주택을 별동에 배치하거나 커뮤니티 시설 이용을 제한하지 않도록 사전에 걸러내기로 했다. 또 임대주택 입주민 일부만 제한적으로 허용한 '주거이동'도 개선한다. 입주자가 희망할 경우 다른 층수, 다른 면적,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임대·분양 입주자 모두가 참여하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개정도 건의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임대주택 사용자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배제돼왔지만 동등한 법적 권한을 갖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오는 2026년까지 준공 30년이 넘는 영구·공공임대 24개 단지 3만3083가구에 대해 단계적으로 재정비를 추진한다. 1989년 임대주택이 처음 공급된 이후 30년이 지나면서 노후단지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입주민들이 재건축으로 주거지를 떠나지 않도록 단지 주변의 저활용 공공부지에 이주단지를 조성해 주거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준공 15~30년 사이 단지(7만5000가구)는 분양 및 임대가구 협의를 거쳐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임대주택 혁신방안이 반영되는 첫 선도모델로 하계5단지를 재정비한다. 하계5단지는 준공 33년이 넘은 국내 1호 영구임대주택으로, 현재 재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해 2030년 총 1510가구의 고품격 임대주택으로 재탄생한다. 시는 하계5단지를 시작으로 2019~2026년 사이 준공 30년을 경과하는 임대주택 24개 단지를 단계적으로 재정비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준공 30년을 경과하지 않았더라도 15~30년 사이 리모델링 가능한 노후주택 7만5000호를 대상으로 분양·임대세대와의 협의를 거쳐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와 같은 물량 늘리기 방식에서 벗어나 임대주택의 품질을 개선하고 임대주택에 짙게 드리웠던 차별과 편견의 그림자를 걷어냄으로써 누구나 살고 싶고, 누구나 부러워하고, 누구나 자랑할 수 있는 새로운 임대주택의 시대를 열어야 할 때"라며 "저소득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을 넘어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임대주택으로 혁신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