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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한일 관계, 어디로 가야 하나

 
[데일리연합 이권희기자의 기획특집]  
 
김기정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019년 한일 외교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력한 항의로 시작되어 대한(對韓) 수출규제가 결정되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일 정보보호협정 (GSOMIA) 종료를 결정했다. 정부간 갈등구도는 일본 내 혐한 분위기 확산과 한국 내 반일 정서가 서로 높아지면서 ‘국가 대 국가’의 갈등구도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양국 국민들간 전면적 갈등과 적대감으로 더 변질되지 않도록 양국 정부의 외교적 관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65년 이래 한일관계를 만들어 왔던 전반적 구조를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 정부가 대면하고 있는 근본적이고 구조적 문제를 파악해야 양국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부딪히는 갈등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양국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 좌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갈등은 결국 ‘65년 체제’ (1965 framework)의 문제다. 한일협정 체결 이후 지속적으로 흔들려 왔던 65년 체제의 구조적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 이번 갈등의 핵심이다. 65년 체제는 ‘식민지 청산’과 ‘반공’이 결합된 체제였다. 65년 당시 한일 양국을 전략적 이익으로 묶었던 ‘반공’은 사실 ‘식민지 청산’보다 압도적으로 주된 동인이었다. ‘반공’을 매개로 일본의 자본과 기술에 한국의 수출지향의 산업화 욕구를 결합한 국제분업구조가 중심틀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65년 체제에서 식민지 청산은 처음부터 불완전했다. 식민지가 불법이냐, 혹은 합법이냐에 대한 합의구조를 만드는 것에 실패해 제대로 된 역사화해의 방식이 결여되었던 외교적 봉합이었다. 이후 65년 체제의 틀 밖에서 원폭 피해자, 위안부 문제, 사할린 교포 문제 등이 추가로 합의되었던 사실도 식민지 청산의 불완전성을 방증하고 있다.
 
한편 시대가 탈냉전으로 이행되면서 반공이 한일 양국의 결합 고리에서 사라지자 그간 불완전한 채 남아 있었던 식민지 청산 이슈, 즉 강제노동 개인배상 문제가 피해자들에 의해서 제기되었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65년 청구권 합의가 ‘불완전했다’는 사실에 대한 법적 해석이었다. 그 해석의 기준은 ‘피해자 중심’ ‘식민지 불법성’이었다.
 
갈등 증폭(escalation)의 방아쇠를 당긴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결정은 무모했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영광을 21세기에 재현하고 싶어하는 아베 총리는 자국의 국내 정치적 목적을 우선 고려하느라 굴욕의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민족주의적 결의를 항상 간직하고 있는 한국인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다. ‘국가 밖에 적을 만들고 위협과 적대감을 재생산하려는 목표’,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여 헌법개정, 대외 군사적 활동범위의 확대 수순으로 진행하려 했던 것이 아베 정부의 셈법이었다. 아울러 미중관계 갈등이 노골화되어가는 상황을 이용하여 동북아 지역에서 진영화 구도를 서둘러 형성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외교적 고립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이것을 한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간주했을 것이다. 수출규제를 결정하면서 한국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이유를 단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베 정부의 성급한 판단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판단은 단호했다. 수출규제의 이유가 안보문제라는 것이 일본정부의 주장이라면, 같은 안보논리로서 대응조치를 취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되겠다는 발언으로 동북아에서 편 가르기 게임을 벌이려는 아베 정부에 대해 경고했고, 한반도 평화공존 질서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 대립이 아니라 평화공존으로의 길을 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아울러 한국의 자율적 외교 기동성의 공간을 더 확대하기 위해 대륙국가와 해양국가 사이에서 교량국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갈등 국면을 통해 아베 정부의 세계관. 전략 판단, 그리고 역사인식은 국제사회에 여실히 드러나게 되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인식과 여러 관점에서 대비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아베의 전략은 갈등 중심의 세계관을 전제하여, 냉전형 진영화를 촉진시키려는 것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은 협력에 기반하여 동북아의 복합형 네트워크 형성을 추구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시선이 매우 다르다. 한반도 분단을 상수(常數)로 간주하여 ‘분리하여 관리’ (divide and rule)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이 아베 정부의 전략이라면, 한반도를 평화공존 질서로 재편성하겠다는 것이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전략이다.
 
한일 두 나라는 이웃으로 지낼 수밖에 없는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9년 갈등을 지나 한일 양국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 궁극적으로 65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체제 (post-1965 framework)를 수립해야 한다. 그 방향을 공유해야 갈등해소의 길이 열린다. 2019년은 그 전환기의 시작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전환기의 종결 지점에 도달해야 하는 목표는 한일간 ‘새로운 미래연대’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반공’과 ‘불완전한 식민지 청산’을 대체하는 한일 양국의 이해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 동북아 진영화 구도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분단의 영속화 가능성 때문에 수용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그렇다면 ‘평화’에서 전략 이익의 공유점을 찾아야 한다. 냉전형 대립보다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공존질서’ 형성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은 공동 이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역사화해’는 65년 체제의 불완전했던 ‘식민지 청산’을 넘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다. 화해가 곧 용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화해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고 갈등의 원인을 역사 속에서 함께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래야 비로소 ‘용서’가 가능해지고 화해가 최종적으로 완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 연대를 만들기 위한 양국의 전문가, 시민사회 간의 대화가 더 중요해졌다. 그 과정에서 정부간 관계에서는 외교영역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시적 외교 관리에만 치중한다면 궁극적 해법 강구에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다.
 
새로운 한일 연대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양국 경제협력은 국제분업 구조 속에 부여 받았던 일방적 기술종속 관계를 극복하고 상호호혜적이고 수평적 협력으로 자유무역의 원리를 통해서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양국간 문화적 대화는 앞으로도 더 확대되어야 한다. 보편가치를 중심으로 ‘의미의 공감대’ (a sphere of meaning)를 확대하자는 것이 문화적 대화다. 일본 시민사회가 정부의 결정에 쉽게 영향을 받는 종속 변수가 아니라, 자율적 의사를 가질 수 있기를 한국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미래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방향이라면 한국은 언제든지 일본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출처=해외문화홍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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