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 GSK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서바릭스주'가 부작용 논란으로 진통을 겪은 가운데 최근 30대 여성에게서 이상증세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또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효능효과를 인정받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GSK의 '서바릭스주'와 MSD의 '가다실주'다.
지금까지 식약처에서 평가를 마친 자궁경부암 백신 이상 반응 사례는 총 14건으로 ▲일시 마비 5건(서바릭스 4건ㆍ가다실 1건) ▲운동장애 5건(서바릭스 3건ㆍ가다실 2건) ▲떨림 증상 2건(서바릭스 1건ㆍ가다실 1건) ▲목 경직 등 과다 긴장 2건(가다실 2건) 등이다.
투데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한 뒤 임파선이 부어 수술을 받은 30대 여성이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에는 '서바릭스 접종 후 부작용 발생된 것으로 사료되며 향후 정확한 역학조사 및 인과관계 조사 요망함'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관계자는 "서바릭스주를 접종한 30대 여성에게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은 시간상으로 선후관계에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된 게 없어 의료진과 제약사가 종합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GSK 홍보 담당자는 "백신 접종 후 기대했던 효능효과를 벗어나 발생한 모든 증상을 원인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수집 중"이라며 "중대한 이상 반응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자궁경부암 백신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 일본에서는 한국에서도 시판 중인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고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대거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본 보건당국은 지난 2013년 4월부터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한 550만건 중 2000여건에서 심한 통증과 보행 곤란, 두통, 기억 장애 등과 같은 부작용뿐 아니라 길랑-바레증후군(GBS), 급성파종성뇌척수막염(ADEM),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증상이 보고되기도 했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감염 등에 의해 몸 안의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병이며, 급성파종성뇌척수막염은 척수를 중심으로 중추신경계 전반에 걸쳐 급성 염증이 산재하는 탈수 질환이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신경병성 통증이다. 이 통증은 손상의 정도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훨씬 강하게 발생하며 손상을 치료한 후에도 지속된다.
GSK 홍보 담당자는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고 이상증세가 나타났다는 발표가 한국에서 유독 크게 논란이 되면서 백신 접종률이 뚝 떨어진 상황"이라며 "일본에서 접종 '권고'를 중단했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접종 '중단'으로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MSD 관계자는 "자궁경부암은 국내에서 하루 3명이 사망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백신을 접종하면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여러 바이러스 중 70%를 예방할 수 있다.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내용으로 생긴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백신접종을 기피하는 게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