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이상의 알코올을 매일 섭취하는 여성은 금주하거나 술을 적게 마시는 여성에 비해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HPV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을 확률이 최대 8.1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HPV(인체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중요인자로 알려진 바이러스로 첫 성행위 연령이 낮을수록, 성행위 상대자가 많을수록, 성병에 감염된 병력이 많을수록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국립암센터 암역학관리과 김미경 박사팀은 2002~2011년 국림암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여성 1만1천140명 중 고위험군 HPV 감염으로 진단된 922명을 음주량별로 나눠 1년과 2년을 각기 조사했다.
조사결과, 술을 마시는 여성 가운데 HPV 양이 많은 여성은 HPV 양이 적은 여성보다 HPV 지속감염 위험이 1년 관찰에서 3배, 2년 관찰에서 8.1배 가량 각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은 비음주 여성들에게서는 이런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또 술을 마시면서 HPV 양이 많은 여성은, 술을 마시지 않는 HPV 양이 많은 여성에 비해 1년, 2년 지속감염 위험이 각각 4배, 6배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바이러스 양이 많은 여성이 장기간 술을 마시거나 또는 다량의 술을 섭취했을 때는, 바이러스 양이 적고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보다 1년, 2년 지속감염위험이 각각 3배, 6배 더 높았다. 이런 음주량과 HPV 양의 지속감염위험 상승효과는 1년 지속감염위험보다 2년 지속감염위험에서 더 강했다.
김미경 박사는 "알코올 자체만으로도 면역력 저하 등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건강검진 등에서 고위험 HPV로 진단됐다면 자궁경부암 예방 차원에서 알코올 섭취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성 경험이 있거나 만 20세 이상의 여성은 1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되며, 자궁경부암의 발생 분포가 40~50대에 증가하기 때문에 폐경 후에도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ONE)' 최근호에 발표됐다.
홍성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