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현재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치약 2050개 중 1302개(63.5%)에 파라벤이 함유돼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파라벤은 미생물 성장 억제, 보존기간 연장 등의 목적으로 화장품, 의약품, 의약외품, 식품 등에 사용되는 살균보존제다.
이 성분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하거나 이 호르몬 작용을 촉진해 유방암뿐 아니라 남성생식기계에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약에 들어간 파라벤 성분이 논란이 되자 식약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 치약의 파라벤 함유 기준은 0.2%로 일본과 유럽연합(EU)은 0.4%이고, 미국은 기준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치약 속 파라벤 성분의 안전성 조사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위험성 논란이 일고 있는 트리콜리산 성분도 이번 자료에서 63개(3.1%)의 치약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 점검 필요 대상에 올랐다.
미국 질병관리방지본부가 지난 2004년 2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모체 혈장과 모유에서 높은 농도의 트리클로산이 검출됐다. 이 성분이 몸속에 흡수되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미국 생활용품 제조회사인 '콜게이트팜올리브'는 지난 2011년 트리콜리산 성분 사용을 전면 중단했으며, 미네소타주에서는 지난 5월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EU도 지난해 10월 화장품 보존재로 사용되고 있는 트리클로산을 비롯해 다섯 종류의 파라벤 성분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원 의원은 "유럽이나 미주 국가는 선도적으로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임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며 "치약 속 파라벤과 트리콜리산이 인체에 어떤 유해작용을 하는지 평가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6일 어린이용 치약의 파라벤 허용기준치가 같은 용도인 구강 티슈보다 20배 높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어린이용 치약은 피부에 바르거나 씻어내는 '외용제' 기준을 적용받아 파라벤 허용기준치가 0.2% 이하인 가운데 구강 티슈는 먹는 '내용제'로 0.01%에 불과하다.
김용익 의원은 "어린이용 치약은 업계에서 안전성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성인용 치약과 같은 기준으로 생산ㆍ유통되고 있다"며 "파라벤은 성장기 어린이의 미성숙이나 성조숙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치약, 구강 청결용 물휴지 등 의약외품에 사용되는 보존제 허용범위는 제형, 용도, 사용방법 등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사용 후 물에 헹구어 뱉어내는 치약의 경우 영유아가 주로 사용하는 구강 청결용 물휴지와는 다르게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치약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관리가 필요한 경우 기준 강화 등 안전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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