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김종만ㆍ이석구 교수가 바이오 인공 간을 이식해 급성 간부전을 치료한 환자
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초로 간 기능 보조 시스템인 '바이오 인공 간'을 이용한 급성 간부전 환자 치료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바이오 인공 간'은 돼지의 간세포를 이용하여 환자의 혈액에 축적된 독성 물질들을 제거하고,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응고인자 등을 공급함으로써 환자의 간 기능을 보조하는 장치를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석구ㆍ권준혁ㆍ김종만 교수팀은 지난달 13일 B형 간염에 의한 급성 간부전으로 4등급 간성뇌증(혼수상태)에 빠진 54세 남성에게 바이오 인공 간 치료를 시행하는 데 성공했다.
11시간에 걸쳐 바이오 인공 간 시술을 받은 이 환자는 사흘 뒤인 16일 상태가 안정되자 외과 김종만 교수의 집도 하에 뇌사자 간이식을 받고, 지난 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한편 이석구 교수팀의 이번 성공은 급성 간부전 환자 치료의 골든타임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급성 간부전이란 간 질환 병력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서 심한 간 기능 손상이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개 체내에서 생성된 암모니아가 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뇌로 운반돼 환자를 혼수상태에 빠트리는 간성뇌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간성뇌증이 동반된 급성 간부전은 생존율이 10~25%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치명적이며, 유일한 해결책은 간이식이다.
그러나 국내 여건상 빠른 시일 내에 응급 간이식을 받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 난관으로 꼽혀왔다.
또 간이식을 받더라도 수술 전 대기기간이 길면 길수록 망가진 간이 해독하지 못해 쌓인 독성물질이 뇌 손상을 일으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였다.
바이오 인공 간 시술은 급성 간부전 환자의 간이식 대기기간 뇌병증을 완화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효과적인 가교적 치료(bridging therapy)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바이오 인공 간 시술 성공은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이다.
이번에 시술받은 환자도 뇌병증의 중증도가 개선됐으며, 암모니아의 혈중 농도가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연구결과에 따라 궁극적으로 급성 간부전 환자의 간 기능이 스스로 회복될 때까지 바이오 인공 간이 간 기능 전부를 대신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석구 교수는 "급성 간부전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장기기증자가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기약 없이 간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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