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아이타임즈M 월간한국뉴스신문) 곽중희 기자 | '강하고 오래가는 건전지'로 알려진 에너자이저(주식회사 에너자이저코리아, 대표 사라베스햄튼) 건전지 제품이 상대적으로 7배 가량 저렴한 다이소(아성다이소) 건전지보다 성능이 못하다는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 원장 윤수현)의 평가 결과가 나왔다. 이에 국내 건전지 시장에 지각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원, "다이소 건전지가 에너자이저보다 낫다" 평가 발표
6월 25일 소비자원이 발표한 14개 건전지 제품의 시험 평가 결과, 에너자이저 건전지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다이소 건전지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번 시험 평가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기준(한국산업표준(KS), 안전확인 안전기준 등) 등을 참고해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됐다. 평가 사항은 품질(지속시간), 안전성(내누액·중금속 함량), 경제성·환경성, 표시사항 등이다.
소비자원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에너자이저 건전지는 여러 면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에너자이저 건전지는 1개당 가격이 최대 7배 차이가 나는 다른 제품들에 비해 가격이 높았다.
지속시간 시험 결과, 다이소의 네오셀 알카라인 건전지가 에너자이저의 알칼라인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다이소 건전지는 저부하와 중부하 조건에서 모두 우수한 지속시간을 기록하며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에너자이저코리아, "평가 기준 불공정해, 결과 수긍할 수 없다" 일축
한편, 에너자이즈코리아 측은 이번 소비자원의 평가에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제품 선정 기준과 테스트 기준 모두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에너자이저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먼저, 소비자원이 평가한 건전지 제품의 선정 기준이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다이소 측 제품은 모두 최고 등급의 제품을 선정해서 평가했지만, 저희(에너자이저)의 제품은 제품 라인 중에서 가장 저등급의 두 제품으로 테스트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또한,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라면 평가를 'IEC 60086-2(소비자 행동과 시중의 제품 변경을 고려하여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국제적인 권위가 있는 건전지 테스트의 표준)'라는 국제 권위가 있는 건전지 테스트 기준을 따라서 진행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미준수한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례로 건전지 성능 테스트를 할 때 저부하 중부하만 진행했는데, 더 공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용 사례를 바탕으로 초저부하, 저부하, 중부하, 고부하를 모두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평가한 성능 테스트 결과를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가격에 대해서는 "건전지의 가격은 유통 과정뿐 아니라, 기술 투자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 에너자이저의 제품에는 타사 제품과 달리 리퀴드 방지(건전지 미사용시 전력을 다시 회복하는 기술) 등 고도화된 기술이 탑재돼 있다. 이런 기술 투자 비용과 함께 유통 비용 등을 고려해 측정된 부분이라, 저가의 제품과 단순 가격을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에너자이저 측은 소비자원 평가 결과에 대해 반박하는 성명이나 반론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건전지 업계 선도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에코(ECO) 제품 개발 등 ESG 경영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에너자이저 비싼 이유? "유통, 마케팅, 기술 투자 비용 때문"
그럼, 에너자이저 건전지가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2023년 7월 11일 쿠키뉴스가 보도한 '에너자이저·듀라셀, 다이소 건전지보다 비싼 이유 물어보니' 기사에 따르면, 한 PB브랜드 유통업체 관계자는 채널의 유통 과정 및 판매 구조 등을 가격 차이의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일반적인 유통 채널의 경우 상품 원가에 마진을 붙여서 판매가를 정한다. 정해진 판매 가격에 맞춰 상품을 들여오는 형태”라며 “저가라고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파는 건 아니다. 묶음 판매는 포장비를 낮출 수 있고 가격에 최대한 볼륨을 갖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전지는 소모성 제품이기 때문에 많이 사도 부담이 없어 박리다매로 판매가 되는 상품이다. 박리다매 안에서도 최저가에 좋은 품질을 선보이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면 그 건전지를 구매하는 게 당연하듯이 가격보단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른 선택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통 전문가들은 에너자이저의 높은 가격을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마케팅 비용 때문으로 분석한다. 에너자이저는 오랫동안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광고와 홍보를 진행해 왔다. 그 비용이 가격에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술 개발 및 연구에 많은 비용을 투자한 것도 높은 가격의 원인으로 꼽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평가 결과는 기업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시장에서는 품질이 좋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제품이 나와야 시장이 바람직하게 성장한다. 그래야 소비자들도 더 똑똑해지고, 기업들도 좋은 제품을 위해 노력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광고와 마케팅에서 좋은 브랜드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품질이 좋은 브랜드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물론, 소비자원의 평가만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지만, 이번 조사로 에너자이저도 더 분발해서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품질과 가격 면에서 어떤 제품이 좋은 제품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원의 이번 평가가 향후 건전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단, 실제 성능과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측면에서, 건전지 시장에도 새로운 지각 변동이 시작될 지 계속 주목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