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중1부터 고3 수험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의 학년별 음주율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제공)
수능이 끝나면서 일부 수험생들의 과도한 음주가 알코올 중독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7일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0년간 청소년의 흡연, 음주, 신체활동, 식습관 등 건강행태에 대해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고3 학생의 음주율은 남학생 37%, 여학생 21.9%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청소년 음주율은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수능 후 음주율은 중1부터 고3 청소년의 평균 음주율 16.7%(남학생 20.5%, 여학생 12.6%)보다 높았다.
이 같은 청소년 음주는 음지에서 이뤄지거나 고교생과 대학생 선후배로 구성된 동아리 모임에서도 이뤄지고 있어 단속하기 어렵다.
또한 입시에 억눌렸던 고교생들은 해방감에 들뜨거나 허탈감에 빠지는 등 그간의 스트레스를 과음이나 폭음으로 풀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은 청소년들에게 음주 행위는 일종의 유희이자 보상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급성 알코올 중독이나 식도염까지?
음주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들은 자신의 적정 주량을 모르고 급하게 마시다가 급성 질환에 걸리거나 잘못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술을 먹고 구토하게 되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고, 구토를 억지로 하면 좁은 식도로 많은 양의 내용물이 쏟아져 나와 식도 하부가 찢어질 수 있어 기도 폐쇄까지 발생할 수 있다.
단기간 과음에 의해 나타나는 급성 알코올 중독도 조심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폭음하면 중추신경과 호흡중추가 마비돼 급성 알코올 중독 현상이 생길 수 있는데, 심하면 혼수상태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김석산 원장은 "학생들의 경우 술로 인해 자제력이 약해져 충동적인 행동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져 폭력이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30일 서울 양천구에서는 한 고3 남학생이 수능 후 설 연휴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이를 말리는 어머니를 폭행하고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 수능 끝난 고3 위한 음주 교육 필요
청소년 시절의 음주 경험은 음주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음주 문화를 위한 교육 등 사회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17일 현재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알코올 의존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이른 나이에 알코올을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뇌의 '대뇌 보상회로'를 자극하면 어떠한 행동을 계속하고자 하는 동기가 형성되는데, 알코올을 통해 이 회로가 쾌감이나 기쁨을 느끼게 되면 반복적인 음주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김 원장은 "수능 후 음주는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동기가 강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뇌 보상회로가 더 활성화될 수 있다"며 "이는 향후 술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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