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돼지사료로 활용됐던 돼지감자가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건강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돼지감자의 성분인 이눌린(inulin)이 '천연 인슐린'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뚱뚱하고 못생겼기 때문에 이름 붙여진 돼지감자는 많이 먹으면 속이 아리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아 주로 가축의 사료로 사용해 왔다.
최근 돼지감자의 이눌린(inulin) 성분이 혈당을 떨어뜨려 당뇨환자들의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며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눌린은 국화과의 땅속줄기 등에 저장돼 있는 다당류의 일종이다.
23일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명식 교수는 "이눌린으로 장내 미생물이 변화해 혈당이 낮아진 연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돼지감자는 생으로 먹거나 삶아 먹기도 하며 죽으로 만들기도 한다. 볶음이나 조림으로도 섭취 가능하며 얇게 썰어서 튀기거나 말려 먹을 수 있다. 장기보관을 위해서는 건조시켜 분말 형태로 보관하기도 한다.
충북 음성군에서 돼지감자 농장을 운영하는 황재연(50)씨는 23일 "돼지감자가 요즘 어느 농작물 보다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다"며 "돼지감자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즙 형태로도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는 대사질환의 일종으로, 혈중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지며 고혈압, 심장 질환, 고지혈증 등의 합병증 위험성이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당뇨병환자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21% 증가했다.
당뇨병 치료를 위한 식이요법으로는 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나 포만감을 주는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방법과 칼로리가 높은 설탕 대신 칼로리가 거의 없는 감미료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물질이 이눌린이다. 이눌린은 인체 내에서 흡수되지 않아 칼로리가 낮고 단맛을 내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달리아(dahlia), 엉컹퀴, 치커리(chicory) 등의 식물들이 이눌린의 형태로 뿌리에 탄수화물을 저장하며, 돼지감자는 원 중량의 14~19%, 건조 중량의 약 75%를 이눌린이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 기자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