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값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3차 양적 완화 종료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금이 최근 투자가 몰리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혼란한 금융시장 상황 속에서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면서 투자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금값이 언제까지 오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원자재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투자 자금이 더욱 늘면 안전 자산 외에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서의 매력도 부각되면서 금값이 더욱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금값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1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293.7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첫 거래일이었던 2일 마감 가격인 온스당 1186달러에 비해 9.1% 오른 것이다. 금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11월 이후 상승률은 13.3%에 이른다.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요 금 관련 금융상품의 수익률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설정액 규모가 가장 큰 금 펀드인 신한BNPP골드1(주식)종류A는 최근 3년간 수익률이 -46.45%에 머물고 있지만, 1개월간 수익률은 13.64%다.
최근 금값이 이처럼 눈에 띄게 오르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경기 부양과 유가 하락에 따른 러시아 등 신흥국들의 경제 불안 속에서 안전 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5일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스위스프랑의 가치가 1유로당 1.2스위스프랑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는 최저 환율제를 갑자기 폐지하겠다고 발표해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으면서 금값은 더욱 빠르게 치솟았다.
최근 금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금 투자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는 분위기다. 22일 현재 KRX 금시장의 금 거래량은 99㎏으로 지난달 거래량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싼값에 금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차익 실현을 위해 금을 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짧은 기간에 크게 오른 가격에 부담을 느낀 탓에 신규 투자자들의 유입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에서 당분간 금값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최근 그리스에서 좌파 정권의 출범 가능성이 커지며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서 매력도 부각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황병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위험 자산 대신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당분간 금의 상승 흐름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올해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 금값이 계속 강세를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유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연초에는 춘절 연휴를 앞둔 중국에서의 수요 증가로 금값이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1분기에는 강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을 거쳐 하반기로 갈수록 금값은 점차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