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김준호 기자]정부의 외교적 성과에 대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자화자찬 발언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가 전문가 집단에 ‘재갈’을 물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윤 장관이 학계·전문가 그룹의 비판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도를 넘은 통제를 가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외교부가 내건 3대 외교 핵심 구상(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동북아평화협력 구상·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은 추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 과제는 정부가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들에게 연구과제로 배정해 협업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꼬일 전망이다. 외교당국의 수사만 화려할 뿐 앞으로도 손에 잡히는 성과 도출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1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국책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에게 ‘외부 접촉 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심지어 언론에 한국 외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주장을 펴고 있는 일부 연구원에 대해 보직 해임 등 ‘질책성 인사’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기관들도 외교부로부터 항의를 받지 않기 위해 언론 접촉을 꺼리고 있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교부가 내건 3대 외교 핵심 구상은 성과 없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한·미·중 3국 공조를 바탕으로 대북 설득과 압박을 통해 북한의 도발,보상,재도발로 계속 도돌이표 되는 악순환을 끊겠다며 출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진척이 없다. 동북아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아시아 패러독스’를 극복하자며 박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도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다. 특히 말만 던져 놓고 실행프로그램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던 동북아투자은행 구상은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려 빛을 볼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이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기회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윤 장관이) 자기 주장과 다르다고 단순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정부의 장관으로서 적절치 않다”면서 “이런 경우야말로 자가당착에 빠진 우물 안 개구리 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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