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므로 겨울 찬바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난방을 위해 창문을 닫고 생활하면서 건조해진 실내 공기와 겨울철 빙판길에 의한 자외선 이중 노출은 안구 질환을 악화시킨다.
이에 이대목동병원을 통해 겨울철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설맹'과 '안구건조증'에 대해 알아본다.
◇ 빙판길, 자외선 80% 반사해 '설맹' 발생 위험 높여
겨울이면 뜨거운 태양이 힘을 잃어 자외선 걱정이 사그라지지만, 오히려 하얀 눈과 빙판길이 자외선을 80% 반사해 '이중 노출'의 위험이 있다.
겨울 등산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고도가 1000m 상승할 때마다 자외선 노출이 16%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설경에 시선을 뺏겨 눈이 강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각막에 화상을 입어 설맹(Snow blindness)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설맹에 걸리면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이 느껴지며 부종과 함께 심한 통증이 일어난다. 충혈되고 시린 느낌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고, 눈물이 흐른다. 증상은 보통 자외선에 노출되고 약 6시간 뒤에 나타난다.
이대목동병원 안과 전루민 교수는 "설맹 증상이 가볍다면 빛을 피하고 냉찜질을 해주며 하루 정도 눈을 쉬게 해주면 저절로 낫는다"면서도 "결막이 충혈되고 시야의 중심이 어둡고 뿌옇게 보이거나 일시적 야맹이 일어나면 각막 손상과 함께 시력저하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루민 교수는 "겨울 산행이나 스키 등을 즐기다 설맹 증상이 나타나면 움직임이 제한돼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눈이 있는 지역에서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나 고글을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조한 눈 촉촉이 적시는 눈물, '안구건조증' 증상일 수도
겨울철 건조함에 시리고 뻑뻑한 눈에서 눈물이 나오거나 두통이 느껴진다면 '안구건조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는 눈물 막의 질 저하, 눈물 생산 감소, 눈물의 빠른 증발 등으로 인해 눈꺼풀과 안구 사이의 마찰이 생기는 '안구건조증' 증상이다.
겨울의 찬바람과 난방으로 인한 건조한 공기는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9년부터 5년간 진료인원을 월별로 분석한 결과, 12월 안구건조증 환자 수는 전월보다 평균 5.6%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안구건조증임에도 눈물이 자주 나오는 이유는 안구에 가해지는 자극이 증가해 반사적으로 눈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이때 눈의 수분을 유지해주는 기초눈물량은 줄어든 상태다.
눈물은 각막과 결막에 수분을 공급해 눈꺼풀과의 마찰을 줄일 뿐 아니라 눈물 속 여러 항균 성분을 통해 병균을 제거하기도 한다. 특히 혈관이 지나지 않는 각막은 눈물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이에 눈물이 감소하면 각막과 결막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전루민 교수는 "가습기 등을 이용해 실내 습도를 적정하게 맞춰주고, 눈이 건조할 때는 인공눈물을 사용하거나 눈을 깜빡여 안구를 촉촉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디지털기기 사용과 콘택트렌즈 착용 등은 눈의 피로를 증가시키므로 눈이 뻑뻑하다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윤병주 기자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