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날인 31일 정오에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개최됐다.
수요집회가 23돌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이날 열린 제1천159번차 집회는 시민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해 올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고 황금자·배춘희 할머니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로 열렸다.
올해 황금자·배춘희 두 할머니가 사망함으로서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생존자는 모두 55명(국내 50명·해외5명)이다.
제단 중앙에는 환한 모습의 두 할머니의 영정사진이 노란색 나비로 장식돼있었고, 양 옆으로 사진 대신 '이름없이 희생된 일본군 피해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의 액자가 놓였다.
두 할머니의 이름을 부르고 묵념을 하며 집회가 시작됐다. 이날도 어김없이 수요집회를 지킨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가 천천히 일어서 두 할머니 앞에 연분홍빛 카네이션을 놓았다.
그 뒤를 따라 교복 차림의 학생, 부모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 정장 차림의 직장인과 외국인 등이 줄 지어 헌화해 영정 앞은 이내 꽃이 수북하게 쌓였다.
할머니들을 바라보며 어느새 눈시울과 코 끝이 붉어진 사람들은 꽃을 두고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추모사 낭독에 이어 생전 할머니들과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 할머니와의 추억 한 자락씩을 풀어놓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황금자 할머니의 집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다는 최은영씨는 "할머니의 굽은 등과 앙상한 몸을 볼 때면 늘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가끔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을 세게 치실 때는 가슴이 아팠다"며 "그 가슴의 한을 못 풀어드려 죄스럽기만 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눔의 집'에서 일하면서 배춘희 할머니를 만났다는 일본인 무라야마 잇페이씨는 "배 할머니는 노래를 참 좋아하고 옷 차림새에도 개성이 있는 재주 많은 분이셨지만 과거 겪은 아픔으로 외로움과 고독을 많이 느끼셨다"고 추억했다.
윤미향 상임대표는 "내년이면 수요집회가 23돌을 맞는데 더 이상 집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며 "해방·2차대전 종전 70주년, 굴욕적인 한일협정 체결 50주년이기도 한 내년에는 할머니의 뜻을 꼭 이뤄드리자"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