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담뱃값이 작년보다 2천원가량 뛰어오르면서 비교적 부담이 적은 개비 담배를 찾는 흡연자들이 늘었다.
담뱃값이 인상된 지 나흘째,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 내 구멍가게에는 개비 담배를 사려는 손님이 늘었다. 대학생들이나 고시 준비생들이 많은 이곳은 개비 담배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담배 한 갑을 살까 망설이다가 결국 개비 담배를 사가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슈퍼 주인은 "2∼3년 전까지 개비 담배를 팔다가 찾는 손님도 많지 않고 낱개로 팔기도 번거로워 중단했는데 요새 개비 담배를 사려는 손님이 늘어 다시 팔까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올들어 개비 담배 가격도 담뱃값 인상의 여파로 200원에서 300원으로 올랐다.
한 갑(20개비) 가격으로 환산하면 6천원으로 한 갑을 통째로 사는 것보다 비싸지만 흡연자들이 가격 부담에 아예 담배를 끊을 결심을 하면서도 도저히 참기 어려울 때 한 개비씩 사서 피우는 경우가 있다.
비싸진 담뱃값이 부담스럽긴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종로에서 영세 담배 판매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우리 같은 영세가게는 담배장사로 먹고사는데 온종일 6갑 팔았다"면서 "매출이 평상시의 10분의 1로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담배 대용으로 전자담배 가게를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박재영(34) 씨는 "그동안 한 달에 담뱃값으로 20만원 정도 썼는데 이제 4천500원으로 오르니 감당이 안 된다"며 전자담배 가게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생 박모(21)씨는 "전자담배를 사려고 30∼40분째 기다리고 있다"면서 "담뱃값이 너무 올라 전자담배로 바꿀까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22일 전자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