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와 경제계의 우려 중 하나로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꼽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3%로 1999년 이후 최저로 12월만 봐도 0.8%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기간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일본식 장기침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서민들은 물가 상승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 새해부터 생활과 밀접한 제품들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할 것없이 작년보다 가격이 오른 제품들이 많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6일 기준으로 24개 주요 조사대상 품목 중 15개 품목의 소비자가격이 지난해 12월 하반기 대비 상승했다.
청상추는 100g당 1474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2.6%나 값이 뛰었다. 풋고추도 1455원(100g)으로 21.5%나 값이 올랐다. 사과(후지)는 2만1717원(10개) 선으로 11.3%, 닭고기는 5684원(1kg)으로 9.9% 상승했다.
돼지고기 가격은 1년새 15.9% 뛰었다. 소고기도 같은 기간 국산(6.2%), 수입산(10.7%) 할 것 없이 모두 비싸졌다. 달걀(8.2%)과 우유(7.4%) 가격도 상승했다.
해양수산부 수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군산시장에서 지난해 12월 4145원(1kg)에 팔리던 참조기는 올해는 5397원(4일 기준)으로 30%나 소매가가 뛰었고 꽁치는 마산시장에서 지난달 3744원(1kg)에 거래되다가 올해 가격이 5129원으로 37% 올랐다.
콜라, 사이다 등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료 가격도 연초 일제히 높아졌다. 코카콜라와 환타는 새해부터 가격을 5.9%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도 9일부터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칸타타, 게토레이 등 7개 제품 가격을 평균 6.4% 인상할 방침이다.
먹을거리 뿐만 아니다. 담배, 전세, 학원비, 택시요금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요금들은 전부 올랐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늘고 있고, 이로 인해 전세값은 1년새 3% 뛰었다. 학원비 역시 고등학생이 3.1%, 중학생이 2.0% 올라 학부모 부담은 더욱 늘었다.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도시가스(6.4%), 지역난방비(2.5%), 전기료(2.2%) 등 에너지 공공요금은 오히려 인상됐다. 하수도요금은 11.6%나 올랐고 택시요금(6.4%)도 전체 물가 상승폭을 웃돌았다.
연초에는 담배가격이 일제히 2000원 오르면서 그나마 담배로 위안을 얻던 흡연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민건강을 핑계로 결국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가려는 것이라는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종로구에서 일하는 한 직장인은 "소비자 물가가 작년 한해동안 1.3% 올랐다고 하는데 체감 물가는 10% 정도 오른 것 같다"며 "생활비를 계산하다 보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생활 물가의 인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2011년부터 2000원으로 동결된 경기도 광역버스 요금이 올해 인상될 수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광역버스 요금 인상 요인 및 인상 정도 등을 조사했다. 운송업체들은 입석금지 이후 적자가 더 커졌다며 요금을 266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커피 가격도 생두 수입가격이 올라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올해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커피 생두의 11월 수입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 급등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10월 일부 커피음료 가격을 300~400원 인상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이 커피 가격을 최대 300원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 라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라면 가격은 2011년 이후 오르지 않았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소맥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고 원화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라면 업체 입장에서) 원재료 구입 부담은 가격 인상에 가장 합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