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는 내리면서 기준금리는 동결했다.
15일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3.4%로 내리면서 설명한 가장 주요 근거는 지난해 4분기 부진이다. 세수부족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지출이 줄고,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 지출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애초 전기 대비 1.0%가량을 전망했던 4분기 성장률이 0.4%로 하락하면서 올해 시작점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에 올해 전체 성장률을 0.4~0.5%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3.0%에 그치고 하반기에는 지난해 4분기 기저효과 등으로 3.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회복세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유가 영향 등으로 세계경기가 지난해보다는 좋아질 것이고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영향이 크게 작용했던 것보다는 흐름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4분기 부진을 제외하면 기획재정부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악재도 만만치 않다. 당장 유가 급락이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저물가 고착화에 미칠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유가가 디플레 우려를 키워 소비나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유가 하락이 아니었으면 성장률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발표에 대해 “성장률 하향 전망이 이례적 요인에 기인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을 막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가 급락이 물가와 경상수지 흑자규모 등 한국 경제 지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올해 유가 하락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으로서는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해 10월 전망치 700억달러에서 940억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이 총재는 “유가 하락이 실물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명백하다”며 “가계의 실질소득이 늘어나고 기업의 생산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를 3개월째 동결했다. 금통위원 7명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이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이 실물경기 흐름에 비추어볼 때 부족하지 않다”고 말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에 소극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추가로 금리 인하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에서 통화당국의 완고한 입장이 확인된 것에 주목한다”며 “1분기 중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최근의 시장 기대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