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연합 (SNSJTV. 타임즈M) 송은하 기자 | 2025년 하반기, 전 세계 경제는 팬데믹 이후 더욱 심화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주요국들의 자국 우선주의 확산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 있다. 특히, 첨단 기술의 핵심이자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는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각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공급망 안정화와 내재화는 국가 안보의 문제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산업은 이 복잡한 환경 속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절실히 요구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주요 동력은 미중 기술 경쟁의 심화, 과거 팬데믹으로 인한 생산 차질 경험, 그리고 각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통한 자국 내 생산 유치 노력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장려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또한 '유럽 칩스법'을 통해 역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집중되었던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에 대한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비용 상승과 효율성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새로운 생산 허브의 부상과 지역별 특화된 생태계 구축이라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첨단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안 강화를 위한 노력은 반도체 산업의 기술 개발 방향과 표준 설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국가별 기술 장벽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이러한 변화의 파고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은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미중 양대 시장 사이에서 기술 동맹과 공급망 구축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균형 잡힌 외교적 역량 또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언제든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는 동시에 기회를 내포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미세 공정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HPC) 등 미래 수요를 견인할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우수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셋째, 특정 국가에 치우치지 않는 다변화된 공급망 구축과 국제 협력 강화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유연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자 장기적인 과제이다. 정부와 기업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핵심 기술 내재화와 생태계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반도체는 단순한 제조 강국을 넘어 글로벌 기술 표준을 선도하는 진정한 리더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