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자문을 하고 있는 서울남산 월명사 월명스님께 요즘 한반도의 남북문제에 관련하여 입장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판문점 선언으로 말미암아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온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간의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낙관할 수만도 없습니다. 과거 우리는 ‘남북기본 합의서’를 통해 서로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1992년에는 남과 북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은 계속되었고, 종종 전쟁의 공포가 드리워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과거의 사례에 근거해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자는 취지는 아닙니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확실하고 정교한 로드맵을 완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4.27남북정상회담에서 3개조 13개항에 이르는 합의문을 채택하고, 후속조치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니 비핵화의 꿈도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30분의 차이가 있던 평양시간을 한국의 표준시간에 맞춰 조정한 것 또한 매우 고무적입니다. 남과 북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음을 맞춰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니까요.
그렇다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첫째 북한이 비핵화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따라서 비핵화에 다다를 수 있도록 우리가 미국과 북한 사이를 중재해야 합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체제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고립을 자처하며 핵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즉, 북한의 요구대로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미국의 협력을 구해야 합니다.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처럼 한반도는 평화를,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둘째 우리 스스로 ‘판문점 선언’에 위배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을 향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작금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전단 살포를 시도하려는 단체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한 일에 협조하는 것이니, 깊은 뜻이 있다 할지라도 통 큰 양보를 해주길 바랍니다.
끝으로 평화협정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대치국면에 있었던 만큼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서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방법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한편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남북문제만큼은 국민 모두가 대립이 아닌 화합의 자세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