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억(59) 씨는 지난 6년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척추를 심하게 다치게 된다. 이때 충격으로 다리가 완전히 접혀 결국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미국의 대학병원을 세 군데나 돌아다녔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 그는 ‘자포자기’라는 마음의 병까지 얻어왔다.
그에게 희망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국가 보건 정책으로까지 등장했다는 ‘재활승마’였다. 변 씨는 승마를 통한 척추 교정을 시작했다. 두 달여가 지나자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됐고 현재는 두 다리를 다시 펴고 천천히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변 씨는 승마가 자신의 ‘생명선’이라고 얘기한다.
변 씨와 같은 사례는 또 있다. 20년전 사고로 다리가 절단된 김양국(48) 씨는 다리와 함께 삶의 의욕을 잃었다. 후천적 장애는 신체적 고통만큼이나 정신적 고통도 크다. 그가 승마를 만나 변 씨처럼 다시 두 다리로 걷게 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는 현재 활동이 왕성한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재활승마를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숙형 ‘(주)나누리 재활승마센터’가 3일 말의 고장 제주에서 문을 연다. 사례로 들었던 변상억 씨와 김양국 씨 역시 '나누리 재활승마센터'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말타기를 통해 환자나 장애인들의 신체적.정신적 재활을 돕는 건강요법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는 ‘재활승마’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곳은 이미 여러곳. 하지만 집중적인 치유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춘 곳은 이곳이 처음이다.
▲ 오른쪽 다리 절단장애 이후 승마치유 중인 김양국씨가 단독 승마에 앞서 말 위에서 몸풀기를 하고 있다.
야외마장, 실내승마장, 승마주로, 재활승마용 마굿간 등의 훈련시설이 설치됐다. 기숙사는 4인실 7실로 이뤄졌으며 부대시설로는 공방, 식당, 탈의실, 샤워실이 갖춰졌다. 제주동물테마파크 내에 위치해 있다.
(주)나누리 재활승마센터에서 쓰일 재활용 말은 제주동물테마파크(회장 윤태현)가 보유한 500여 마리의 말 중에서 선발해 훈련을 시켜왔다.
지난 2008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추진 협약을 통해 전국에서 여덟 번째로 탄생한 장애인표준사업장 (주)나누리는 재활승마 교육 인력으로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열네 명의 장애인을 고용했다. 지난 9월부터 관련 기초훈련을 시작했다.
▲ 동물테마파크 안의 삼나무 밀림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외승주로에서 말을 타고 있는 모습.
(주)나누리 김갑수 대표는 “체계적인 선진국형 재활승마시스템을 갖추고 일반인을 상대로 한 전문적 승마를 통해 지속가능한 수익형 롤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전재명 대표는 “전국 곳곳서 일어나고 있는 의료관광 붐 틈새에서 제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의료 관광이 바로 ‘재활승마’”라며 “스포츠 테라피의 하나로써 ‘말’을 아이콘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일 개막식 행사에서는 장애인 단체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등이 참석해 축하할 예정이다. 또 재활승마를 통해 치유 효과를 톡톡히 본 김양국 씨가 재활승마 시범과 함께 자신의 사례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