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대화방캪춰 사진출처 경향신문
데일리연합 김예호기자] 삼성물산이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민원인 소액주주를 조직적으로 미행하고 감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2012년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인 이 모 부장 등 5명이 선불폰과 렌터카 등을 이용해 CJ그룹 이재현 회장 일행의 이동 동선을 미행한 '전과'가 있다. 이번 사건 또한 삼성물산에 의해 발생한, 거의 비슷한 성격의 사건이라 삼성그룹 전체에 이런 식의 감시와 사찰이 일상화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경향신문의 단독보도와 15일까지 이어진 잇따른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물산 직원 3명이 13일 주주총회에 참석할 예정인 소액주주 민원인 강 모씨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해 강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삼성물산 직원 27명의 단체 카톡 대화방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감시는 13일 오전 5시 서울 성북구 길음동 강씨의 삼성래미안아파트를 시작으로, 그가 집을 나서는 모습부터 한성대 입구까지 실시간 카톡 대화방 중계로 이뤄졌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카톡방에는 오전 6시46분, 강씨 집 불이 켜졌다는 글이 떴다. “첫 발견자는 강씨 착용 의복 등을 공유 바란다”는 지시가 내려왔다. 7시44분 “하얀 점퍼, 검은 바지, 흰 운동화” 차림에 길음역으로 걸어가는 강씨 사진이 올라왔고, “오전 8시40분쯤 양재동 aT센터 도착 예상”이란 글이 이어졌다.
또한 강씨가 주주총회장 인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역’에 나타나자 대기하던 직원 3명이 강씨를 주총장으로 안내했으며, 이 같은 조직적 미행과 감시는 주주총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아파트 아래 주차장 공간의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한다며 2년 전부터 주주총회에 참석해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해 온 민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같은 카톡방엔 이날 오전 7시48분, “윤종균 삼성테크윈지회장 등 노조 간부 8명이 테크윈 주총 장소인 성남 상공회의소에 도착해 피켓시위 준비 중”이라고 보고됐다. 삼성에서 한화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노조 간부들의 실명이 올라왔고, 그 후 노조 최모 감사 외 1명이 위임장 소지 후 삼성전자 주총장에 들어선다는 글도 이어졌다.
삼성 계열사 주총이 일제히 열린 이날 사측이 소음피해 민원인과 테크윈 노조원을 사찰한 정황이다. 삼성 직원들이 지하철역과 요소요소에 진을 치며 조직적으로 움직인 상황은 카톡방에서 공유됐다.
삼성테크윈지회 측은 “그간 미행 받는 느낌을 말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물증이 없었다”며 “노조 움직임이 감시받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 강모씨도 "세상에 무슨 새벽 5시부터 남의 집을, 불 켜졌는지 안 켜졌는지 감시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너무 놀랍고 무섭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임직원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사과하고 무엇보다 당사자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즉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 임직원들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해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의 조직적 개입은 인정하지 않아 이 소식을 보도한 인터넷뉴스에는 “어머어마한 이런 사건이 들킨 뒤 고작 사과로만 끝나는 게 삼성인가?”,"삼성아! 이런 짓거리하다 그룹 한 순간에 무너진다...탑은 쌓기는 힘들어도, 무너지는건 순간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