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들 더 힘들 거라고 했다.
그러나 10년간 리그 평균랭킹 1.8위. 우승 5회에 준우승 2번. 3위 밑으로는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38경기를 치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33경기를 치른 현재 맨유는 20승 10무 3패, 승점 70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년 만에 리그우승 재탈환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25년간 맨유를 지켜온 알렉스 퍼거슨 경(Sir Alex Ferguson)의 성적표다. 올해 우리나이로 70세를 맞은 이 백발의 노장은 여전히 젊은 감독들처럼 그라운드에서 소리치고, 뛰어다니며 선수들과 호흡한다.
다혈질인 성격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로부터 5경기 출장정지와 3만 파운드 벌금의 중징계를 받았다.
퍼거슨의 이런 열정은 25년 꾸준함의 밑거름이었다.
1986년 부임 후 1991년에 '컵
위너스 컵' 우승으로 존재를 알렸고 1993년 프리미어 리그로 이름이 바뀐 첫 시즌에 맨유를 우승시키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절정은 1999년이었다. 이해 맨유는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로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 해에 퍼거슨은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작위(Knight Bachelor)를 받았다. 그의 이름 앞에 'Sir'이 붙은 것도 이 때부터다.
2009년에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이 선정하는 '지난 12년간 최고의 감독' 1위에 선정됐으며 2008년에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유럽무대를 평정했다.
좋은 선수만으로 이룬 기록이었다면 퍼거슨이 위대한 감독 반열에 오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퍼거슨은 선수의 부재를 전략의 우수함으로 극복할 수 있는 몇 안 돼는 감독 중 하나다.
퍼거슨은 특정 선수에 얽매이지 않는다. 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데이비드 베컴도, 호날두도 잡지 않았다. 팀을 위해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선수들은 팀 승리를 위해 매 경기 짜 맞춰진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선수를 알아보는 안목도 뛰어나다. 퍼거슨은 끊임없이 유망주를 발굴, 맨유의 장기집권을 이끌었다. 베컴, 긱스, 스콜스, 네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모험이라 평가받던 아시아 축구의 박지성까지 영입해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지금은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호날두도 맨유 입단 당시에는 포로투갈 리그의 유망주 정도였다. 전임 매니저 론 앳킨슨이 완성된 선수만을 영입했던 것과는 상반된 전략이다.
퍼거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재능이 자라는 것을 항상 선호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