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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두만강 칼럼] 안타이오스와 조선족

      
 최학송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안타이오스라는 거인이 등장한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땅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여난 안타이오스는 리비아 땅에 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레슬링시합했는데 힘이 워낙 장사여서 아무도 그를 이기지 못했다. 어느 날 안타이오스는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와 힘 겨루기를 하게 되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최고의 영웅이며 그리스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헤라클레스조차 안타이오스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싸움 끝에 헤라클레스는 안타이오스가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함을 알게 되며 안타이오스를 높이 들어올려 허공에서 목을 졸라 죽인다. 땅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인 안타이오스의 힘의 비결은 땅에 있었다. 땅은 안타이오스의 태줄이 발원한 곳으로서 그의 힘의 원천이였다. 땅과 함께 할 때 그는 초인적 힘을 가졌지만 땅을 떠나는 순간 자신의 목숨마저 잃었다.

순경(順境)과 역경이 교차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인생이다.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갈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힘들고 외로운 순간이면 생각 나는 단어들이 있다. ‘집’, ‘부모님’, ‘고향’ 등 현재의 ‘나’의 뿌리, 즉 출발의 원점과 관련되는 것들이다. 한 개인에게 있어 이런 뿌리, 출발점과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 ‘족보’이다. 족보는 가문의 역사책으로 불린다. 하지만 단순히 가문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만은 아니다. 족보는 후손들에게 하나의 전통을 만들어주어 후손들로 하여금 긍지감을 갖고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역경에 처하였을 때 그것을 이겨나가는 무언의 힘과 동력의 원천이 된다. “조상님들에게 부끄럼이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혹은 “이 정도의 난관은 언제나 있었으며 나의 조상님들도 잘 이겨나갔다”는 자신감을 갖고 다시 한번 역경에 도전하는 받침목이 되는 것이다.

족보가 한 집안의 뿌리로서 그 후손들에게 힘과 용기를 가져다주는 ‘안타이오스의 땅’과 같은 존재라면 한 민족에게 있어 이 역할을 하는 것은 언어, 문화와 역사가 되겠다. 개혁개방 이전, 조선족은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중심으로 주로 동북삼성에서 농업에 종사하며 집거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특히는 1992년의 중한수교 이후 조선족의 이런 거주환경과 종사업종은 급속한 변화를 가져왔다. 산업화, 도시화의 물결을 타고 조선족들도 차츰 동북을 떠나 북경, 상해, 청도, 광주 등 연해 대도시나 한국, 일본과 같은 해외에서 새로운 삶의 공간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가령 동북에 남아있어도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할빈, 장춘, 심양, 연길 등 도시에 이주하여 도시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조선족은 더는 주로 동북에 거주하는 농경민족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 여러 도시들에서 소수자로서의 삶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잃고 삶의 기억으로서의 ‘력사’도 망각해가고 있다. 언어, 문화, 역사와 같은 이런 민족의 ‘뿌리’를 익혀두는 것이 급속한 변화를 거듭하는 도시에서 물질적 부의 창조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비효률적일지 몰라도 드바쁜 일상이 가져다주는 고민과 방황, 그리고 내면의 공허를 치유하는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출신과 신분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도시 공간에서 타자 앞에 떳떳이 자신을 소개하고 생활해가는 사회적인 면에서도 필요한 존재이다.

조선족의 삶의 공간과 방식이 농촌에서의 집거생활로부터 도시에서의 분산생활로 변화되여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추세이다. 우리의 언어, 문화, 역사를 지탱해주던 우리만의 공동체로서의 현실적 삶의 공간이 갈수록 위축되는 현실에서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가상의 인터넷 공간이다.

만물을 이어놓는 것이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통하여 연해도시나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로 삶의 공간을 넓혀나간 조선족들은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이 결합되면서 수시로 원하는 사람과 교류하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볼 수 있다. 오늘 우리는 정보의 교류와 전달이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편리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또 현실적 삶의 공간에서 약화된 조선족 공동체를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재현하고 강화할 가능성을 제공해준다. 문제는 우리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삶의 희로애락을 가능한 많이 콘텐츠화하여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민족적인 콘텐츠에 대한 상호 선전과 관심도 필수적이다.

직장 동료나 우연히 만난 누군가가 “아, 조선족이세요. 조선족에 대해 조금만 소개해줄 수 있어요.” 라고 할 때 “미안하지만 솔직히 민족만 조선족이지 아는 것이 없습니다.” 라고 답하는 것은 “할아버지 성함은 무언지, 무얼하셨었는지 전혀 모릅니다.” 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근대 이전에는 족보의 유무를 두고 ‘뼈대 있는 가문’과 ‘근본이 없는 집안’을 갈라보기도 했다. 잊혀져가는 민족의 ‘뼈’와 ‘근본’을 되살려 후대들에게 힘들 때 기대이고 용기를 되살리게 하며 나아가 남 앞에 당당해질 수 있는 ‘안타이오스의 땅’을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안타이오스의 땅’은 급변하는 현실을 살아가는 조선족들에게 있어 ‘정해신침(定海神針)’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안타이오스의 땅’을 잃었을 때 조선족도 도시라는 ‘헤라클레스’에 들려 사라지고 말 것이다.

길림신문/ 최학송(중앙민족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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